이사 전 아파트 후기를 찾아보던 중에 오래된 아파트라 바퀴벌레가 눈에 띈다는 글이 간간히 보였습니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바퀴벌레 퇴치약을 알아보던 중 바퀴 박멸에는 '맥스포스 셀렉트 이지겔'이라는 후기를 여럿 보게 되는데요.
곧 이사할 곳에 바퀴벌레가 있을거라는 불안함도 잠시,,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이사일이 다가올수록 에이 설마 리모델링도 새로 하는데 바로 바퀴가 나오겠어?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됩니다. 적은 용량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후기를 보면 3~4달에 한 번씩 갈아주는 것이 박멸에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어서 구매하려거든 대용량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가격대는 230g 대용량이 2만원 안팎이었는데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서 구매를 미뤘습니다. (원래 계획은 빈집에 약부터 넣어두는 거였는데요...)
이거슨 도의 첫 번째 실수 - ☆
그렇게 이삿날이 되어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마치고 도는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때까지는 밖에서 유입됐을 거라 여겼던 작은 벌레 1마리만 잡은 정도였고요.(이것도 바퀴였던 것 같아요ㅠ) 그렇게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기대에 부응하듯(?) 도는 방 안에서 아기 바퀴의 환영을 받게 됩니다.
새끼 바퀴벌레라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이사를 도와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방금 바퀴벌레 잡았다.. 그러자 친구 왈. 사실 이삿짐 옮기면서 작은 벌레를 잡았는데 네가 후기 본 것처럼 또 걱정할까 봐 말 안 한 거다. 두둥!
통화를 종료하고 곧장 맥스포스 셀렉트 이지겔 최저가 검색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만구천삼백육십원에 230g을 구입했습니다.
생각보다 크고 똥똥합니다. 후면을 볼까요?
사용법은 설명 그대로 바퀴벌레가 많이 나오는 곳의 갈라진 틈이나 구멍, 가구의 이음새 등에 적당량을 짜서 넣으면 됩니다. 바퀴벌레의 끈질긴 생명력도 박멸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바퀴벌레 퇴치약이라고 하니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얼마나 유해할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의사항에 기재된 만큼 어린이가 있거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은 부엌 안쪽으로 설치한다고 해도 반드시 먹이통을 이용하고 혹시 모를 위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ㅠㅠ
맥스포스 셀렉트 이지겔을 개봉할 때 마침 과자가 땡겼어요. 전날 밤 배민 B마켓으로 과자 부자가 된 상태라 초코송이로 비교샷을 찍고 누네띠네(존맛) 케이스에 약을 짜 놓기로 합니다. 이 약으로 바퀴벌레 박멸을 기대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어요. 바퀴벌레는 잡식성으로 일족의 사체까지도 나눠먹기 때문에 약을 먹은 바퀴가 무리로 돌아가 죽었을 경우 그 사체를 통해 연쇄적인 살충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약을 먹고 무리로 가서 토해서 같이 먹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용 시 유의할 점은, 바퀴가 약을 먹고 느릿느릿 돌아다닌다 해도 잡기보다는 집(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눈 앞에서 살려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잡기 전에 뒤집혀서 죽어있기도 합니다.)
기름진 성분이라 종이 위에 짜면 기름을 금방 흡수해버려요. 그래서 보통 우유팩을 많이들 사용합니다. 저는 마침 누네띠네 케이스가 있어서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ㅎㅎ
바퀴벌레는 우리 생각보다 똑똑하다고 해요. 몇 날 며칠을 어라? 저렇게 맛있어 보이는 게 왜 저기 떡하니 놓여있지? 하며 탐색을 한대요. ㄷㄷ 그래서 오히려 먹이통이 함정이라 생각해서 쉽게 접근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선생을 먹이로 유인하려면 우선 주변에 다른 먹거리가 없어야 배가 고파져서 더욱 접근이 쉽겠죠? 선택지를 없애는 게 최선입니다. 약을 넣어줄 때 반드시 주변 대청소를 해주세요. 바퀴벌레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급속도로 번식을 하고, 물만 있어도 살 만큼 생명력이 강합니다. 또한 닥치는 대로 뭐든 먹습니다. 머리카락, 먼지, 스티로폼, 택배 상자 마저도요... 그러니 집을 깨끗이 청소한 후에 구석진 곳, 모서리로 잘 붙여 놓아주세요. 바퀴벌레는 게으른 성격 탓에 멀리 다니지 않으니 행동반경 내에 촘촘하게 설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싱크대에서 바퀴를 발견한 적이 있고 거실에서도 있었는데, 대부분 싱크대 밑으로 촘촘하게 넣어두고 냉장고 밑, 환풍구 벽 쪽, 가스레인지 사이드와 같은 부엌 쪽으로 모두 놓아뒀어요. 차마 밖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기에 가스레인지 구석을 제외하고는 어두운 안쪽으로만 배치했습니다.
맥스포스에서는 달인 간장 냄새가 진하게 나요. 뿌려두면 된장인지 간장인지 발 냄새인지 모를 시큰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래도 바퀴가 박멸되는 순간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맛있는 간장조림 향이 되어 코를 간지럽힙니다. 앞으로 함부로 남의 집에 발 냄새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짐)
3월 14일 처음 약을 쳤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3월 15일 바퀴벌레가 대낮부터 벽을 타고 기어 왔습니다. (도의 아파트에 사는 녀석들은 모두 대낮부터 보였네요 ㅎr..) 행동이 느리길래 설마 약을 먹은 바퀴의 최후의 발악인 것인가? 하며 관찰했어요. 집으로 돌아가게끔요.. 그런데 혼자 천장을 타다가 정리 중이던 옷 위로 떨어지게 됩니다. 친구와 겨우 바퀴를 찾아서 베란다로 몰아냈는데요. 저희가 잡았을 때 움직임으로 보니 약은 먹지 않은 것 같더군요. 베란다에서 투명한 통으로 바퀴를 막고 그 안에 먹이를 줬습니다. 처음에는 약을 올린 종이 위에 올라서지도 않고 경계하더니 친구가 바퀴 있는 쪽으로 자꾸 밥을 밀어 넣고 거의 먹이다시피 반복하니 어느 순간 맛있게 먹더라고요. 강제로 약 먹이기 성공! 거의 20~30분 고전했을 거예요. 와 근데 바퀴가 베란다 타일 틈 있죠? 통으로 덮어서 막아뒀는데 그 납작한 틈으로도 빠져나오더라구요. 원래 몸을 날개 펴듯이 납작하게 만드니까 그게 가능하더라능..... 어쨌든 저희는 이 바퀴를 내보내기로 작정했습니다.
혐짤 주의 (바퀴 내보내기 직전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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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선생을 결국 바깥으로 풀어주었습니다. 사이좋게 약을 나눠먹었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날 저는 이사 전 봤던 아파트 후기들은 그냥 지나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지난날의 교만을 반성했습니다. 이것을 고난의 시작일 거라 여기고 모든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하수구 트랩, 모기장 또한 구매하였습니다. (트랩과 모기장은 이후 포스팅하겠슴) 그 후 바퀴약을 몇 개 더 짜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뿌렸습니다. 왜 도의 아파트는 여러 가지 관리를 하는 걸로 보이는데 바퀴 박멸은 못할까 의문이기도 했습니다.
3월 24일 그 날 이후로 바퀴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바퀴 생각이 날 때마다 아파트 차원에서 박멸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세스코 차량 2대가 주차되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세스코에서도 이 약을 쓴다는 말이 있음) 아파트 차원에선지 개인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행복했던 발견이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죽은 바퀴조차 도무지 보이지 않아서 모두 도망간 건지 뭔가 잘못한 건지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뒤집혀서 죽어있는 새끼 바퀴를 3마리 발견했어요. 더 안쪽까지는 무서워서 보지 못해서 조만간 뜯어내 보고 추가하겠습니다.
맥스포스 셀렉트 이지겔 요약
- 대청소 후 바퀴 행동반경에 약을 촘촘하게 설치할 것
- 설치 후 약 먹은 듯한 바퀴가 도망갈 땐 풀어둘 것
- 바퀴가 현저히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3-4달 간격으로 갈아줄 것
- 싱크대나 화장실이 습하게 두지 말고 집안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할 것
우선 약을 친 다음날 한 마리를 마지막으로 열흘간 모두의 행방이 묘연함(사체 3마리만 발견)
이것만으로도 당장 바퀴가 눈 앞에 보이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혹시라도 또다시 발견되는 날 다시 오겠읍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이 약을 주문해두고 하루가 지났을까요? 저는 이사를 하면서 특히 부엌을 여러 번 닦고 물건도 이쁘게 넣어뒀었는데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주방용품을 꺼내려고 부엌 서랍장을 여는 순간, 새끼 바퀴벌레가 아닌 어른 바퀴벌레가 떡하니 서 있는 걸 보게 되죠. 오랜만에 그렇게 샤우팅을 해봤네요. 정말 상상치 못한 곳에서 본 바퀴였고 인생 통틀어 제일 자주 봤으니까요. 제가 생각해도 혼자 꽥 지른 게 웃기고... 무섭기도 하고 입맛이 뚝 떨어지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걸려온 가족들의 전화에 바선생님들의 소식을 전했어요 통화를 마친 저의 형제들은 제가 조의 아파트 (Joe's Apartment, 1996)로 이사를 갔다며 한바탕 웃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도의 아파트입니다 - ★
5월 2일 바퀴벌레 출-현★
안녕 오랜만이야 물음표없ㅇ..
다음날 바로 약을 갈아줬습니다.
갈면서 보니까 약을 먹은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얼마전 아파트 전체 소독도 하던데 맥스포스겔같은 걸 나눠주시더라고요 (짝짝)
모두가 동시다발적으로 설치하고,, 그렇게 박멸을 하면 좋으련만
인생이란 모두 내 마음같지만은 않죠
여전히 바퀴는 존재했고.... 그동안 바퀴벌레에게서 벗어나고자
청소+모기장설치+하수구트랩+집안내부 부실공사 흔적 모두 메우기+부엌 은박지테이프로 틈새 차단하기 등등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만... 부족했나봅니다.
실리콘 다시 구매해서 조금의 틈도 없이 아지트쪽은 모두 막았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그래도 희망은 가져야겠습니다. (???)
결국 기대한다는 뜻인가...!
또 나오면 이어서 쓰겠습니다.
추추가
6월 중순부터 또다시 출현
6월 20일
3-4달에 한 번 약을 갈아야한다고 했습니다만...
실험결과 1~2달에 한 번은 갈아주어야 되겠더라고요.
3월 14일 처음 약을 쳤습니다. 지금까지 총 두 번을 갈아주었고, 그 이유는 바퀴가 목격됐기 때문이지요.
최근 찬장을 열었다가 기어가는 바퀴를 이사 첫날처럼 목격했고 그 다음 날엔 떡하니 대낮에 기어가던 새끼바퀴를 또 봤기 때문이에요ㅋㅋㅋ.. 발견되었다는 건 뭐다..하... 박멸은 역시 어려운걸까요 이 약에도 내성이 생겼을까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정말 궁금하다!!!
도의 아파트에 간혹 세스코가 보여서 기대했었는데 관리실차원이 아닌 개인이더라고요. 저처럼 왜 안해봤겠어요 그 분들이...! 약을 쳐도 쳐도 보이니까 세스코를 부르나봅니다. 그래도 치고 치고 하겠습니다. 파이팅!
추추추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12월 5일입니다.
11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파트에선 꾸준히 방역을 하지만 전혀 박멸은 없습니다. 심지어 약을 친 다다음날 발견되기도 하죠.
위에 1~2달에 한번씩 갈아야한다고 했는데 정확히 1달 넘으면 바퀴벌레 보입니다.
결국 맥스포스겔로는 되지않는건지( 2종류를 같이 쓰라는 말이 있더군요) 이게 외부유입인지
11월,, 새벽에 일어나서 할 일을 하려고 불을 켜고 바퀴벌레를 무려 3번이나 봤습니다.
부엌쪽 모든 틈에 전부 실리콘 처리했고 화장실에 아주작은 구멍도 다 막았습니다. 화장실 천장에 있는 틈도 테이프로 막고 진짜 실리콘 한통을 다 썼네요.
그러고 나니 현관이 보이더군요. 아주 큰 틈이 있었어요 거기를 완벽하게 막고 약을 치고나니 그나마 안심되더라고요
그렇게 작업을 한지 이주일이 지났는데 아직까진 보이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보이게되면 약이고 뭐고 진짜 미스터리일 것 같네요 대체 어디서 오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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